|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처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경실련) |
[mdtoday = 박성하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의료사고 형사기소 제한 특례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환자 권리 침해와 사법체계 충돌 우려를 이유로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처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특례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환자 보호보다 의료인 책임 경감에 무게가 실렸다고 비판했다.
쟁점은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중상해나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금이 지급되면 공소제기 자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경실련은 이 조항이 의료사고 피해자의 기본권 보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건에서도 형사 절차 진입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성 입법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중과실 판단 기준을 12개 유형으로 규정한 조항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경실련은 의료사고의 양상이 매우 다양한데 이를 12가지 중대한 과실로 한정하는 방식은 불완전하다고 봤다. 의학적으로 중과실로 평가될 여지가 있더라도 열거된 유형에 포함되지 않으면 중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실제 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호균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은 의료 분야의 주의의무는 교통사고처럼 명확한 단일 기준으로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는 준수해야 할 기본 법령이 비교적 뚜렷해 일정한 유형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의료행위는 진료 상황과 환자 상태에 따라 주의의무의 내용이 폭넓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추상적인 과실 개념을 제한적·열거적으로 규정하는 시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사고수사심의위원회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된 부분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경실련은 위원회에 의료인이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같은 직역이라는 점 때문에 판단이 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민형사 분쟁 실무에서 중과실과 업무상과실을 엄격히 구분해 적용해온 기준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도 제도 시행의 장애 요소로 꼽았다.
피해자 보호 장치 약화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개정안에는 대불제도 폐지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경실련은 이를 피해구제 제도를 후퇴시키는 조치로 평가했다. 의료기관의 지급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법 절차를 둘러싼 문제도 지적됐다. 경실련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개 논의 없이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3월 중 의료분쟁조정법 관련 토론회를 열기로 한 일정도 법안소위 통과 뒤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실련은 사회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빠르게 처리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박성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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