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의사 수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지방 의료 공백, 전략적 배치가 핵심”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3 08: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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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방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DB)

 

[mdtoday = 김미경 기자]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방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지방에는 왜 의사가 없을까’를 제목으로 한 ‘NARS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의사 인력 정책의 중심을 ‘총량 확대’에서 ‘구조적 재설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가 의과대학과 전공의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처럼 별도의 배분 장치 없이 시행될 경우 신규 인력이 다시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은 점도 문제지만, 서울은 1000명당 의사 수가 비수도권 일부 지역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등 ‘어디에, 어떤 의사가 배치돼 있는가’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의사의 지방 근무를 단순 의무로 강제하기보다 의사 개인에게 경력과 삶의 선택지로서 매력을 갖도록 만드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과 수가뿐 아니라 수련 기회와 정주 인프라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보면 의사 수 자체보다 배치 방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은 법정 수급 계획을 통해 지역·전문과별 기준 의사/인구 비율을 설정하고, 과잉 지역에는 신규 개업을 제한하는 강제적 공급관리 모델을 운용하고, 일본은 의사 편재 지수를 활용해 도도부현별 과·소 공급 정도를 계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공의 정원 상한과 대도시 전공의의 지방 파견 의무를 설계하는 등 전공의 배치 자체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쿼터 제도는 지역 출신 학생 선발, 장학금, 장기 의무복무, 불이행 시 전문의 인정 제한 등을 결합한 대표적 교육·의무 복무형 모델로, 지역 출신 의사 풀을 형성해 장기 정착을 유도한다.

미국은 보건의료 취약지역에 대해 메디케어 수가를 10% 가산하고, NHSC 장학·대출 상환 프로그램을 통해 학비 지원과 일정 기간 취약지역 근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의사의 자발적 이동을 유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호주는 Modified Monash Model(MMM)로 지역을 세분화하고, 농촌·원격지에 높은 수가 가산과 이주·주거·자녀교육·학비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농촌 종합전문의 경력경로를 제도화해 장기 정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만은 단일 공보험(NHI) 하에서 통합전달체계(IDS)를 구축해 산간·도서지역 주민에게 외래·입원·응급·이송·원격진료를 패키지로 제공하고, 참여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별도 보너스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취약지역 주민의 본인부담 경감, 이동·원격진료 비용 보전, 장기 의무복무형 장학·수련 프로그램을 결합해 ‘환자와 의사가 함께 지역에 남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으로 보고서는 ‘의사 몇 명을 더 뽑느냐’보다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어떤 경력 경로 안에서 의사를 배치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된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후속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선 정원 확대에 맞춰 전공의 정원 상한제·지역 캡을 도입하고, 법정 의료취약지 기준에 따라 전공의 정원을 우선 배분하는 제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사·계약형 지역필수의사·파견 전공의가 충분한 수련·연구·승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방 근무 기간을 전문의·교수·공공병원 경력 평가에 반영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농어촌·중소도시의 주거·교육·돌봄 인프라, 배우자 일자리, 자녀 교육 지원 등 ‘정주 인프라 패키지’를 보건의료정책과 연계해 설계하는 범정부 차원의 프로그램 구축 ▲공공정책수가·지역수가를 ‘행위별 가산’이 아니라 의사편재지수 등급에 따라 누적되는 형태로 개편해, 의사 입장에서 지방 근무의 총소득·경력 효과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마련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결국 의대·전공의 증원은 출발점일 뿐이며, 지역 배치 규칙과 정주 인프라 패키지가 결합된 후속 제도가 뒤따라야만 ‘의사가 지방에 가야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어서 선택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배분 규칙과 인센티브·의무는 개별 사업 단위가 아니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등 상위 법령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하의 중장기 보건의료인력계획에 명시하고, 공보의 감소 이후 드러난 임시방편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모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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