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백내장, 다시 빛을 보기까지 ‘초음파유화술’이 만들어내는 변화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8 13: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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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today=김미경 기자] 반려동물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행동이 달라질 때, 보호자들은 가장 먼저 관절이나 체력 저하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이가 사물을 따라보지 못하거나 집 안에서 자주 멈칫하거나 벽에 부딪히고 좋아하던 장난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 변화의 이유는 눈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백내장일 가능성이 있다.

 

백내장은 흔히 노령 징후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력뿐 아니라 안구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며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흐린 시야로 인해 사물을 잘 찾지 못하고, 낯선 환경에서 부딪히거나 움직임이 줄어드는 등 일상 전반에 변화를 일으킨다. 

 

▲ 윤혜린 안과과장 (사진=사람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매우 크다. 특히 당뇨병을 앓는 반려동물의 경우 합병증으로 백내장이 빠르게 진행해 갑작스럽게 실명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는 종종 “우리 아이가 요즘 겁이 많아졌다”, “어두운 데서 잘 못 본다”와 같은 행동 변화를 먼저 느낀다. 눈의 변화를 행동으로 먼저 경험하는 것이다.

24시 사람앤동물메디컬센터 윤혜린 안과과장은 “백내장은 약물로 회복이 어려운 진행성 질환”이라며 많은 보호자분들이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첫 단계는 보호자가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백내장은 단순히 ‘뿌옇게 보인다’로 끝나지 않는다. 혼탁이 심해지면 포도막염, 녹내장, 수정체 탈구 등 2차 합병증을 일으키며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포도막염은 눈 속 염증으로 심한 충혈과 통증을 유발하고, 녹내장은 시신경을 압박해 회복 불가능한 시력 손실을 가져온다. 즉, 백내장은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되는 질환’이다.

백내장의 근본적 치료는 사람과 동일하게 초음파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이다. 초음파 에너지로 혼탁한 수정체를 잘게 분쇄·흡입한 뒤, 남겨둔 수정체낭 안에 인공수정체(IOL)를 삽입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절개 부위가 매우 작아 회복이 빠르고, 수술 성공률이 높아 반려동물 안과 분야에서 가장 표준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만 보는 수술’이 아니다. 눈 속 구조 중 가장 중요한 망막과 시신경이 온전하게 기능해야 수술 후 시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 정밀 검사는 필수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각막·홍채·수정체를 세밀히 확인하고 안구 초음파로 수정체 두께 및 수정체낭의 온전성, 망막박리 여부를 평가한다. 

 

특히 망막전위도검사(ERG)는 수술 후 시력 회복 가능성을 예측하는 핵심 검사로 망막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수술해도 시력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한 우각경 검사를 통해 녹내장 위험성도 함께 평가한다.


윤혜린 안과과장은 “수술을 잘하는 것만큼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상태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며 “실제로 백내장이 심해 시력이 완전히 소실된 듯 보여도, 망막 반응이 온전하다면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을 수 있고, 반대로 겉으로는 백내장이 심하지 않아 보여도 망막 기능이 현저히 감소했거나 소실된 경우 수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음파유화술은 작은 절개로 시작되지만, 눈 속에서 매우 정교한 단계가 이어지는 수술이다. 먼저 각막 가장자리에 2~3mm 정도의 미세 절개를 넣고, 혼탁한 수정체의 앞부분(전낭)을 원형으로 제거해 초음파 기구 삽입 공간을 확보한다. 

 

이후 초음파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미세 기구를 삽입해 단단해진 백내장 핵을 잘게 분쇄하며 동시에 흡입한다. 이 과정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수정체가 제거되고 나면 남은 수정체낭을 정돈하고 그 안에 인공수정체(IOL)를 삽입해 망막으로 빛이 정확히 도달하도록 굴절 기능을 회복시킨다. 마지막으로 인공수정체의 위치가 안정적인지 확인한 후 절개 부위를 미세 봉합해 수술을 마무리한다.

백내장 수술은 수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관리”가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넥카라 착용, 항생제·소염제 안약, 경구 약물, 그리고 정기적인 검진은 기본이다. 수술 후 초기에는 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염증 반응이 동반되기 때문에 짧은 간격의 재진과 보호자의 꼼꼼한 관찰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수술 후 1~2주 안에 사물 인지가 좋아지고 1~2개월 사이 안정된 시력을 회복한다. 수술 성공률은 약 80~90%에 이르며, 인공수정체 삽입 시 더욱 선명한 초점 확보가 가능하다.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눈을 맑게 하는 시술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다시 회복시키는 치료다. 보호자의 발걸음을 따라오며 장난감을 다시 찾고, 산책길의 풍경을 인식하는 것은 아이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윤혜린 안과과장은 “백내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고, 염증과 녹내장 위험이 증가한다”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수술 시기, 그리고 보호자와 의료진의 협력이 아이의 시력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라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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