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겁이 많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자율신경 ‘브레이크 고장’이 진짜 원인

최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0 14: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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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today = 최민석 기자] 공황장애는 겁이 많은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 아니다. 임상에서는 정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체력에 자신 있고, 스트레스를 잘 견딘다고 믿어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다. 무서운 생각이 먼저 온 것이 아니라, 심장이 먼저 폭주한다. 공포는 그 다음 따라왔을 뿐이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공황 발작을 경험한 사람 대부분은 “무서운 것 없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랐다”고 말한다. 불안한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자율신경이 먼저 오작동하면서 심장 박동이 치솟고, 뇌가 그 신호를 위협으로 해석하면서 불안이 뒤따른 것이다. 2023년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42개 연구, 4008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공황장애 환자의 심박변이도가 건강한 사람보다 유의하게 낮다고 보고했다. 심박변이도는 자율신경의 조절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부교감신경의 브레이크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 김승재 원장 (사진=오상신경외과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공황장애 진료 환자는 2017년 약 13만8700명에서 2021년 약 20만500명으로 4년 만에 44.5% 증가했다. 40대가 전체의 약 24%로 가장 많고, 30대와 50대가 뒤를 잇는다. 진단 없이 응급실만 반복하는 환자까지 합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크다.

오상신경외과 김승재 대표원장은 “공황 발작을 단순히 불안의 문제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교감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될 때 부교감신경이 제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심박수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간다. 뇌는 이 신호를 위협으로 해석하고, 그때 불안과 공포가 밀려온다. 불안과 자율신경 이상이 서로를 키우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경과학은 이 과정을 ‘내수용감각 오류’로 설명한다. 내수용감각이란 심장 박동, 호흡 같은 몸 안의 신호를 뇌가 감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2024년 eClinicalMedicine에 실린 리뷰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의 심박 감지 정확도는 건강한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감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지한 신호를 위협으로 과잉 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해석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섬엽이다. 섬엽이 정상적인 심박 변화를 위협으로 읽으면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고, 교감신경이 더 강하게 반응하는 되먹임 고리가 쉴 새 없이 형성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뇌의 위협 감지 회로가 과민해진다. 공황 발작이 한 번 일어나면 심박이 즉시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 더 약한 자극에도 같은 반응이 촉발된다. 항불안제가 발작을 일시적으로 억누르지만, 자율신경의 조절 능력 자체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자율신경의 브레이크는 회복될 수 있는가. 2025년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 공황장애 환자에게 웨어러블 심전도를 착용시킨 결과, 발작이 오기 전에 자율신경의 이탈 패턴이 먼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패턴을 기계학습으로 감지하여 발작 예측 정확도 71%를 달성했다. 공황 발작이 예측 불가능한 공포가 아니라, 자율신경이 보내는 읽을 수 있는 신호라는 뜻이다.

김승재 원장은 “정신과 약물이 불안 회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호흡 훈련과 수면 교정이 자율신경의 브레이크를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양쪽을 함께 다뤄야 악순환이 끊어진다. 공황 발작이 반복된다면 정신과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공황장애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불안과 자율신경 이상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다. 이 고리의 양쪽을 함께 다루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다.

 

메디컬투데이 최민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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