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만 피했으면”…의대 증원에 피로감·불안 누적된 교육 현장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8 15: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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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II’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mdtoday=김미경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 과밀과 인프라 미비로 인한 피로감과 불안이 누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정 갈등 이후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상황이 이어지면서, 학생과 교수 모두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II’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채희복 교수는 의학교육 현장의 상황과 문제를 중심으로, 충북의대 의예과 1학년 더블링 교육 실태와 24·25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및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입학정원이 기존 49명에서 대폭 증원되는 것으로 발표된 이후, 24학번 학생들이 휴학으로 대응하는 등 학사 운영에 혼선이 빚어졌다. 

 

현재 충북대 의대 24학번과 25학번의 정원은 총 176명으로, 군입대 학생을 제외하면 24학번 38명과 25학번 112명 등 총 150명의 학생이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 규모는 100석에 불과해 물리적 수용 한계를 드러냈다.

전공과목 수업은 강의실이 아닌 강당에서 진행됐고, 나머지 수업은 공대 합동강의실을 빌려 수업해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증원 결정에 따른 교육 인프라 확충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채 교수는 “증원 대응을 위해 확보됐던 건축비와 기자재비 집행이 정권 교체 이후 모두 보류된 상태”라며 “수 백명의 학생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조차 없는데, 24학번과 25학번 학생들이 의예과 1학년 수업을 함께 듣고 있어 질 높은 교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대 첨단강의실의 의자가 수강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민원이 있었다”며 “현재는 예과 2학년 강의실을 확장하고, 내부에 의자를 176석 규모로 증설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으로, 해당 공사는 올해 2월 말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부학 실습에 대해서는 “기존 10개 테이블에서 진행되던 해부학 실습을 17개 테이블로 확장해, 한 테이블당 10명이 실습하도록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8월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에 계획됐던 기자재 확보 예산은 대부분 취소돼 1학기에 우선 집행된 14억원만 현재 받아 기자재를 구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채 교수가 24학번, 25학번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육의 질과 향후 수련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과 수업에서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함께 강의를 듣는 상황에 대해 학생들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고, 본과 수업과 졸업 이후 전공의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컸다.

한 학생은 “유급만 피하고 졸업해 외국으로 가는 것이 목표가 됐다”거나 “어차피 수련이 불가능하니 적당히 교육해서 졸업만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응답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5학번 학생들 역시 시설 준비 부족과 학번 간 차별 가능성, 유급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졸업 이후 수련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끝으로 채 교수는 “용산의 지시대로 영혼없이 실행한 복지부 실무자들도 책임이 있다”며 “내란 세력을 단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1년반 동안 방송에 나와서 의사를 악마화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킨 혼란을 야기한 복지부 내 당시 차관, 과장 등은 이에 대한 문책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실패의 부담은 학생과 대학이 떠안고, 전공의 부재로 인한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의 피해는 환자와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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