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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today=이재혁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로 빚어진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8000억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가운데 매달 1880억원에 달하는 건보 재정이 끝을 모르고 소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열린 2024년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는 월 1883억원 규모의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방안’ 연장을 의결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해 지난 2월 하순부터 비상진료체계를 시행하고 있으며, 3월부터는 집단행동 장기화에도 비상진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월 1883억원 규모의 건강보험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들어가는 건보 재정은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경증 환자 1·2차 병원 회송료 보상 ▲응급 환자 적시 치료 신속대응팀 보상 ▲중증·입원 환자 진료 전문의 지원 등에 쓰인다.
건보 재정은 1개월에 한해 한시적으로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에 따라 투입 기간이 세 차례 연장됐다. 이로써 정부는 건보 재정에서 매달 1883억원의 지출을 4개월째 이어나가게 됐다.
이에 지난 2월부터 이번에 연장 의결된 금액을 포함해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들어간 건보 지원 금액은 누적 8003억원에 달한다.
당초 계획보다 4배 이상의 건보 재정이 투입됐지만 연일 지속되는 의정 갈등에 의료공백 사태 수습은 요원키만 하고, 추가적인 건보 재정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진료거부로 인해 국민은 환자로서 생명의 위협뿐만 아니라 재정 부담 피해까지 이중 고통을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건보 재정에서 투입된 비용이 5000억원을 넘긴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의료계의 자구 노력 없는 건강보험 재정의 일방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불법 집단행동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의사들인데 그 불편과 재정부담까지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떤 이유로도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되며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책임지도록 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병원과 의료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경실련은 “병원에는 소속 의사와 전공의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전공의 복귀 등 사태 해결에는 수수방관하면서 건보재정 지원에 기대고 희망퇴직 등으로 땜질하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의 불법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유지비용을 왜 국민이 낸 보험료로 부담해야 하는가. 국민은 의사 불법행동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라며 “전공의 복귀를 독려해야할 교수조차 사직서를 제출하며 진료파행을 악화시키고 있는데, 보상을 강화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병원은 정부의 재정지원만 바랄 것이 아니라 소속 교수와 전공의가 진료 정상화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자구 노력없이 진료공백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건보재정 지원을 재검토해 그 책임을 피해자인 국민이 아닌 의료계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야기된 의료공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건보 재정 투입에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건보 재정 투입 연장에 대한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재정 투입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국민이 어렵게 모아 낸 보험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어떤 정당성이 있겠는가”라며 “억지로 국가적 재난 상황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 성격상 당연히 국고 일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건보 재정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절감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혜택,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와 간병비 급여화 등 국민을 위한 보장성 정책에 투입돼야 할 의료안전망의 재원이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반감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끝을 모르고 투입되는 비용이 건보재정의 건전성에 미칠 영향도 우려스럽다.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포함된 향후 5년 재정전망 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 지출 규모는 올해 96조원, 2025년 104조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8년까지 126조원으로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당기수지는 올해(2조6402억원)와 내년(4633억원)까지만 흑자를 유지하고 2026년 마이너스 3072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되며, 2028년 당기수지 적자 규모는 1조5836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비상진료체계에 대한 건보 재정 투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1800억원은 안정적인 재정 운영 범위 내에서 가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당시 “비상진료 대책의 일환으로 일단 1개월에 한해 한시적으로 1800억 정도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현재 전반적인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재정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과는 달리 넉 달째 건보재정을 차출하고 있는 상황. 이번에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이 마지막일지, 아니면 더욱 장기화될지도 명확치 않은만큼 비상진료체계에 대한 건보 재정 투입의 정당성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메디컬투데이 영상편집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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