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공회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번에는?

남연희 / 기사승인 : 2021-05-10 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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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대표 발의 12년째 공회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섯 번째로 발의됐다.

2020년 기준 전 국민 80%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이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사적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진료비계산서, 진단서 등 항목의 서류를 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직접 보험사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어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7일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보험계약자의 편의를 제고하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청구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에 있다. 이렇다보니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소액이어서’라는 이유가 73.3%로 가장 높았고,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응답자도 44%에 달했다. 또한 ‘증빙서류 발송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답한 응답자도 30.7%나 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 개정 논의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앞선 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간 견해차가 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 간소화를 의료계와 보험회사의 이해관계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환자와 보험소비자의 건강권 및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가 간소화된다면 환자와 보험소비자들이 병원을 더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의료비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한 전문가는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부당하게 병원이나 보험회사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소비자가 당연히 가지는 권리를 보다 쉽게 행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민영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의료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병원에게 부담이 되고 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의 의료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고 악용될 경우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하므로 의료정보 유출과 관련한 우려사항에 대하여도 앞으로 더욱 심도 있게 검토하고 강력한 보안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기타 각종 의료서류 발급비용과 관련된 문제, 전문중계기관 지정 문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심사강화 여부 등은 병원과 민감한 이해대립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해 초 실손의료보험 관련 인식조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원하는 국민들이 80%였던 만큼, 적어도 청구의 불편함으로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10여년 동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조속히 통과시켜 보험업계와 의료기관의 사회적 비효율은 물론 국민 불편도 없앨 수 있도록 힘 쓰겠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IT 강국임에도 보험금 청구 절차는 옛 방법에 머물러 있다”며 “디지털 기반의 IT활용 등을 통해 보험소비자의 편익을 개선하고 요양기관과 보험회사 등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보험금 청구 방식은 연간 수억 장에 달하는 종이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최근 대두되는 ESG경영 관점과도 맞지 않다”도 덧붙였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대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0일 개최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절차가 복잡했다면 구조적인 문제”라며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반대 피켓을 들었다.

그는 “실손보험 계약관계의 이행 주체는 보험사인데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 계약자의 불편을 개선하는 것은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이다. 청구 간소화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걸 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의료계는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발하지만 의료법에서 의료기록을 제3자에게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신용정보법에서도 신용정보 주체의 요청이 있으면 금융기관 등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헌법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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