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은어사용 성적 떨어뜨릴까?

윤주애 / 기사승인 : 2007-03-10 0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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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정체성 확립되나 어휘력 저하 가져올수도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최모군은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열심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때도 문제메시지 도착 소리에 온통 신경이 집중돼 있다.

물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친구들과 문자를 나누기 때문에 휴대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최군이 집에 돌아온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넷 메신저를 로그인하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메신저에 로그인했는지 살펴보고 문자메세지로 못다한 말들을 은어를 사용해 대화한다.

최군은 “은어를 써야 채팅을 하거나 문자메세지를 보낼 때 빠르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은어를 제대로 못 알아 들으면 따돌린다”고 말했다.

은어란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을 의미한다. 주로 상인·학생·군인·노름꾼 등 집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은어는 인터넷 채팅을 할 때 쓰는 통신용어 등으로 신조어, 함축적인 낱말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성인들이 알지 못하는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청소년의 은어다.

예를 들어 서울(설), 멋지다(간지좔좔), 그냥(걍), 선생님(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인터넷 채팅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짧은 단어 조합으로 의미를 나타내 빠른 시간 동안에 대화가 가능하다.

청소년의 은어는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구들과 같은 집단에 구성원으로 속해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성인과 차별화된 문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간의 동질감을 공유하려는 표시로 청소년기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과정인 셈이다.

국립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진혜경 과장은 “자신의 정체감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은어로 표현된 것”이라며 “청소년들은 친구들과의 동질감, 멤버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은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언어사전'을 만든 건국대 교양학부 박동훈 교수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은어는 우리말과 다른 형태므로 청소년의 어휘력에는 부정적인 반면 청소년기 자아정체성 확립에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청소년기 은어는 긍정적인 측면 외에도 결과 중심적인 사고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발전해 '빨리빨리 주의'를 가속화할 소지가 크다는 것. 함축되고 축약적인 단어가 단계를 건너뛰어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의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성향이 발현돼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핵가족화로 인해 부모로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는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자기 중심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따라서 은어가 부모, 선생님 등 성인과의 대화에서 걸림돌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은어를 사용하는 것이 학습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건국대충주병원 신경정신과 문석우 교수는 “청소년기에 은어, 축약어를 사용할 경우 정서발달에 지장을 줘 학습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이어 “병리학적 용어인 신어 조작증(네올로리즘)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조합하는 것처럼 성인이 봤을 때 청소년의 은어는 신조어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변화하는 청소년의 은어가 결과적으로 국어 어휘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감성적인 면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비속어 등이 대부분이어서 거친 언어습관을 기를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

한양대의료원 소아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청소년의 은어사용은 글쓰는 방법이 논리적, 체계적으로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성인과 청소년간에 은어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어 세대간 대화의 기회를 늘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신조어 만들기'가 비교적 최근에 유행을 하고 있는만큼 은어사용과 성적저하를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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