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ㆍ성희롱에 시달려도 "참아라"…열악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필요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6-15 2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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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시설 인권침해 실태와 대책 마련 토론회 개최
요양보호사 80% 이상 “근무 중 육체적‧정신적 상해 경험”
“관련법, 수급자 권리 중심…요양보호사 권리 다룬 법 마련해야”
요양보호사들이 근무 현장에서 욕설·폭언과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겪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매뉴얼과 제도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등 국회의원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등은 이룸센터에서 ‘요양보호사의 인권침해실태와 정부부처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3월 8일부터 13일까지 요양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육체적·정신적 상해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3%에 달하는 440명이 근무 중 육체적·정신적 상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육체적 상해의 종류는 ‘할큄, 꼬집힘’이 349명으로 전체의 64.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맞은적이 있다’ 302건(55.8%), ‘얼굴 등에 침을 맞은 적 있다’ 232명(42.9%), ‘물린 적 있다’ 165명(30.5%) 등이 뒤를 이었다.

정신적 상해경험에서는 욕설 83.7%, 성희롱 등 43.3%, 보호자의 욕설 20%, 보호자의 성희롱 등이 10.9% 순으로 확인됐다.

장기요양보험법은 요양보호사가 육체적 정신적 상해를 입은 경우 기관에 보고하고 기관장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문 응답자의 61.74%만이 기관 관리자에 보고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기관 보고 시 육체·정신적 상해에 대한 대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18명은(58.8%) ‘알았다고만 하고 다른 조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 외 ‘참으라는 답변’을 들은 경우가 134명(24.8%)에 달했으며 ‘개인연차로 치료 받으라’는 대답을 들은 응답자가 88명(16.3%)이었다.

심지어 ‘오히려 노인학대라며 협박받은 사례’가 50명(9.2%) 있었으며 ‘싫으면 나가라는 응답’도 57명(10.5%)있었다. 반면 ‘유급병가처리후 치료받을 수 있게 보장해줬다’는 응답은 62명으로 11.5%에 불과했다.

또한 재가요양보호사 중 절반이 ‘아줌마’로 불린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요양사님이나 선생님이라 불린다는 응답은 약 28%에 불과했다.

요양서비스노조 전지현 사무처장은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중고령여성으로 아줌마 등의 호칭은 요양보호사를 '일하는 여성'이 아닌 전통적인 가정 내 성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호칭은 일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도와 연결됨과 동시에 서비스 이용자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사무처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실제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고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매뉴얼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도와 법적 사각지대로 인해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은희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산업안전법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대상자와의 계약으로 근무시간이 정해진다”며 “한 달 근무시간이 60시간이 되지 않는 경우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되며 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도 제외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보호사가 처음 대상자 가정 방문 시 대상자의 등급과 주소만 알지 나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대상자가 감염위험이 있는지, 치매 등으로 인한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 안돼 추후 문제가 됐을 때 요양보호사가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교수는 요양보호사의 처음 가정을 방문할 때 팀장과 센터장이 함께해 대상자와 가족의 상태를 파악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대상자, 요양보호사, 관리자가 서비스 제공에 대한 같은 인식을 형성할 수 있으며 관리자가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해야 추후 무리한 요구, 억지 주장 등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하다는 부연이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방문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 강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한편 법무법인 다산 이주희 변호사는 “노인복지법이나 노인장기요양법 등 관련법에는 사실상 수급자의 권리를 중심에 둬 필수적 노동자들의 권리를 다룬 법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개별 법령이나 지자체의 권한 등 요양보호사에 대한 권리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어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체계로 정리가 돼야한다”며 “요양보호사의 지위 향상 특별법이라든지 종합법률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개선 방향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약속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침해 대응보호 매뉴얼과 관련해서는 인권교육이나 노인학대 예방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 대한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들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주체들이 동일하게 서로 동의하고 보호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관련 내용들을 검토해 수급자와 요양보호사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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