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모두 고개 젓는 의료사고특례법...정부가 생각한 ‘약발’ 먹힐까

영상편집팀 / 기사승인 : 2024-03-08 2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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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투브-메디컬투데이TV)

[mdtoday=이재혁 기자] 정부가 의료현장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내놓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이 환자와 의사 양측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필수의료를 살리는 정책으로써, 일각에서 정책 배경으로 지적하는 의료계 회유책으로써도 원활한 입법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달 27일 필수의료 의료진의 사법부담을 낮추겠다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특례법안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면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의료인이 의료과실로 환자에 상해를 입혀도 환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기관이 업무상 과실치상, 중과실치상 혐의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또한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와 ‘종합보험‧공제’에 모두 가입하면 환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특히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나 중증 질환, 분만 같은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 환자가 중상해를 입어도 공소 제기가 불가하다. 다만 환자 사망 시 공소는 가능하지만 형이 감면될 수 있다.

최근 필수의료 기피가 심화되면서 소송 위험이 원인으로 지목되자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의료진의 사법부담을 낮춰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겠단 취지다.

여기에 더해 소송 부담 완화는 필수 진료과 의사들의 오랜 요구 사항이었던 만큼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마음을 돌릴 회유책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내심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환자‧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마저 반발하고 있어 입법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우선 의료계는 법안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사망사고는 면책의 대상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에 불과하고 이 법안에서 보호해주지 않는 예외 적용의 내용을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는 과실들도 다수 포함돼있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 당연강제지정제를 통해 국가가 의사 및 의료기관들에게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 해결은 의사 개인들이 돈을 모아서 보험 형태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환자‧시민단체는 특례법으로 인해 환자 피해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법안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9일자 성명을 통해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는 기존에도 환자피해 구제가 어려웠던 현실에 더해 앞으로는 의사가 돈을 내면 아예 면죄부를 부여하겠단 전무후무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기존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정보가 의료인 측에 있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관련 사실 및 인과관계 등을 밝히고 스스로 권리구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이때 형사재판의 경우 국가권력으로 사실관계를 다퉈 사고의 책임을 묻고 예방하는 강력한 기능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의료사고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하고, 특히 그 대상을 일부 직역종사자로 국한한다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며 “필수의료분야 의사 유입이란 정책목표를 제시했으나 공청회를 위해 공개된 특례법안은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가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적용돼 의료계에 대한 특혜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의사와 환자 모두의 반발을 의식한 듯 양측에 도움 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료사고에 관한 소송 승소율이 굉장히 낮아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길이 없던 환자들은 특례법에 따라 의사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피해에 대해 100% 전액 보상을 받는 구조”라며 “의료진은 보험에 가입해 법적 보호를 받음으로써 환자와 의사 모두 ‘윈-윈’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특례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안을 발표한지 이틀만에 복지부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의협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례법안을 들여다보면 의사들이 원했던 방향이 아니며, 입법의 절차로밖에 보여지지 않는 공청회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환자단체는 공청회에서 법안 제정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그간 환자‧시민단체가 요구해왔던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 규정이 없다는 점을 재차 짚었다.

이 이사는 “특례법안에서 피해자를 위한 내용은 결국 (의료인이)형사특례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책임보험과 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의료사고 입증이 더 중요하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는 피해자 입증 완화 내용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붕괴된 필수의료 회복 차원이라는 이유에서 의료행위 업무와 무관한 중과실까지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상은 필수의료 의사로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선 정부가 특례법을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카드’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직접적으로 제기됐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대 증원 정책이 논란인 가운데 일종의 '카드' 형태로 특례법이 논의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더 급박한 일은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질의에 복지부 관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사고특례법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를 살린다며 팔을 걷어부친 정부가 양측의 접점을 찾아내고 특례법 추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메디컬투데이 영상편집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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