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 “우리나라 의료체계 유지 위해서 보장성 확대에서 벗어나야”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6 08: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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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보장성 확대라는 기존 방향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사진=DB)

 

[mdtoday=김미경 기자]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보장성 확대라는 기존 방향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한내과학회가 발행하는 ‘eKJM’ 최근호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를 위한 정책 설계’를 게재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은 적정 부담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체계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GDP 대비 의료 비용 지출은 9.7%로 사상 처음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높은 증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부양을 위한 기초적 인구 구조가 붕괴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높은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이는 경제 성장을 통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며,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인구 구조 개선 없이는 거시적 환경은 불투명할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2024년 KDI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국민연금은 모수 개혁이 없으면 2054년경 소진되고, 이를 보험료 조정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35% 내외까지 보험료율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의 건강보험료 증가 추세와 국민 의료비의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해당 시점의 건강보험료율 또한 15% 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이는 즉, 2055년경의 부양 인구는 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체 소득의 약 50%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어떠한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필수의료의 미래도 국가의 거시적 환경 변화에 맞춰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며 “보건의료 정책은 단기적 목표보다는 장기적 적용 시점을 바라봐야 하고, 방향성과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 악화’, ‘단기적 재정 투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 ‘의사 인력 정책’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의과대학 증원으로 미래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의사 인건비의 상승을 억제하며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 인구의 감소, 의료계의 복잡한 직역, 세대 간의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부작용은 이익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의 의료 수요 증가에 전면적으로 대응한다는 관점은 그 자체로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년간 건강보험 영역으로만 국한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매년 10% 넘게 진료비 총액이 증가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 성장 속도는 고성장, 저부양 환경에서는 성립 가능하지만 저성장, 고부양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 직접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의사 인력 계획 시 학령기 인구의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의 인력이 이공계에서 유출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는 학령기 인구는 2016년생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 15년 뒤에는 대입 인구수가 30만명 미만으로 감소하게 되므로, 의사 인력의 계획은 전체 인구 대비 의사의 수만큼 해당 연령 구간에서의 인력비의 관점에서도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현재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치중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계속해서 수용하겠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사 인력 확대와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으로, 왜 이러한 정책이 필수의료 현장에서 과도한 노동 강도를 감내하며 비필수의료와의 경제적 격차를 받아들이고 있는 의료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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