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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채종희·중앙대 김근필 교수, 중앙대 윤서빈 박사, 서울대병원 이승복 교수, 서울의대 권해윤 학생 (사진=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
[mdtoday=김미경 기자] 면역결핍, 발달장애, 림프종 등 복합적인 증상을 겪어온 환자와 가족이 16년 만에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밝혀냈다. 국내 연구진은 세포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BRF2 유전자’와 희귀질환 간의 새로운 연관성을 규명하고, 그 발병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원인이 불명확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와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김근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유전체 및 세포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BRF2 유전자 변이가 면역결핍 및 발달장애 희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BRF2 유전자는 세포 생존과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들과 복합체를 형성하여 단백질 합성에 필수적인 셀레노시스테인 tRNA(SeCys tRNA) 생성을 유도한다. SeCys tRNA를 기반으로 합성된 단백질들은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산화-환원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BRF2 유전자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미흡했으며, 관련 변이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 역시 제시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선천적 면역 결핍, 다기관 기형, 지적 장애, 림프종 등 복합적인 증상을 보였던 한 소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전장 엑솜 시퀀싱(Whole Exome Sequencing)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된 BRF2 변이가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후 3차원 구조 분석 및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을 통해 해당 변이가 세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규명했다.
연구 결과, BRF2 변이는 유전자 복합체 형성을 방해하여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SeCys tRNA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환자의 말초혈액 내 특정 세포군에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단백질(GPX4, GPX1 등 셀레노단백질)의 발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는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나아가 산화 스트레스 환경에서는 BRF2 유전자 자체의 발현이 억제되어 SeCys tRNA 생성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면역 기능, 발달, 유전체 안정성 등 다방면에 걸쳐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추가 실험에서 손상된 세포에 항산화 물질인 셀레늄을 보충한 결과, GPX4 단백질 발현이 유의미하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BRF2 관련 질환에 대한 약물적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채종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의 중요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성과"라며, "의사와 생명과학자가 환자와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 탐구한 끝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표적 물질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희귀질환 극복에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중앙대병원 김근필 교수는 "해당 환자와 가족이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나아가 희귀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 플랫폼 구축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최근 국제 학술지 ‘Molecular Therapy(IF;12)’에 게재되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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