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수술실 입구만?…반쪽짜리 환자 안전정책되나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3-19 1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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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의무화, 수술실 ‘외부’로 좁혀져…정작 필요한건 ‘내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찬반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 양측이 CCTV를 수술실 입구에 한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수술실 CCTV법’에 대해 세부내용을 조율치 못하고 수술실 입구에 한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수술실 CCTV법은 아직 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추후 논의가 더 진행돼도 수술실 입구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될 경우 본래 입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요구해 왔던 환자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회의록에 따르면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은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는 의무화하고, 내부는 자율에 맡겨 설치하되 공공의료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내부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투 트랙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에 우선 적용하는 것은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국공립병원‧공공의료기관 정도는 의무화해서 실질적으로 자율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김성주 의원 역시 “수술실 내부는 공공의료기관들은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수술실 내부에 자율설치 하되 공공의료기관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수술실 내부 CCTV 공공의료기관 우선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신 의원은 “공공병원에서 비인기과인 필수 외과 영역에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의료인들을 기피하게 해 오히려 공공의료 확충‧활성화 및 질 향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의원도 동조하며 “공공병원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하면 과연 공공성을 갖는 의료행위가 이뤄질까 하는 걱정이 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 있기에 자율적으로 가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소속 전봉민 의원은 CCTV 설치 병원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자율적으로 유도해 가는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유일하게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강하게 주장하며 “수술실 CCTV 설치를 자율로 맡기자는 얘기는 우리가 법 처리할 필요가 없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의무를 공공기관이라고 먼저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스템이 잘돼있고 중요한 필수의료들을 담당하고 있는 4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의미 있는 족적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CCTV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수술실 CCTV법’은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의무화’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경기도는 2020년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지원사업에 참여한 병원 2곳의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A병원은 지난해 11월 9일부터 CCTV 운영을 시작했다. 병원장, 의사·간호사 등 모든 의료 인력이 촬영에 동의했으며 2월 21일까지 진행된 전체 330건의 수술 가운데 265건이 환자 동의하에 촬영이 이뤄져 80.3%의 촬영동의율을 기록했다.

반면 병원장의 의지가 있었지만 일부 의료진이 동의하지 않은 B병원은 올해 1월 4일부터 CCTV를 운영 중이지만 2월 21일 까지 263개 수술이 이뤄질 동안 촬영 동의 건 수가 한 건도 없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례를 봤을 때 수술 참여 의료진의 지속적인 의지가 없이는 수술실 CCTV의 성공적 설치·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 또한 수술실 입구에만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회장은 “이미 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수술실 입구에 약 60%, 내부에 14%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수술실 CCTV법이라 하면 내부에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다”라며 “입구에만 설치 의무화 하는 것은 의료현장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입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회장은 “14% 설치돼 있는 CCTV와 관련해 환자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서도 내부 설치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회장은 “수술실 내부와 응급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미 대부분 응급실은 CCTV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하며 “의료진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응급실 CCTV는 인정하며 수술실에 환자 안전을 위한 CCTV를 달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안 회장은 “유령수술이나 환자 대상 성범죄, 의료진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내부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침해하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CCTV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나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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