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상 선수 치료시스템 부실하다

최치선 / 기사승인 : 2006-01-21 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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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의학 시스템 갖춰야 야구 선수들에게는 잘 알려진, ‘토미 존 수술’이라고 불리는 수술 방법이 있다. 무리한 투구 동작에 의해 찢어진 팔꿈치 인대를 복원하는 수술이다. 체계적으로 선수를 관리한다는 메이저 리그의 경우도 매 년 구단 마다 한 두 명 씩 이 수술을 받을 정도로 투수들을 괴롭히는 부상이다.
현재 뉴욕 메츠에서 활약 중인 서재응 선수도 이 수술을 받고 재기한 경우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기한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내 의사들의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일까?


현대 의학을 이용한 치료에 비법이란 없다. 같은 기계에 보편화 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꼼꼼한 손재주를 지닌 국내 의사들이 더 뛰어난 수술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수술 받은 선수들이 제대로 복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재활 기간 때문이다. 수술 후 서재응 선수가 공을 다시 만질 수 있었던 것이 1년. 재기에 성공한 것은 4년 후인 2003년 시즌이었다.

구단은 마이너리그에 있던 선수의 복귀를 위해 4년을 기다려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상 선수의 회복은 오랜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국내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수술을 기피하여 망가질 때까지 써먹다가 조기 은퇴하거나, 수술을 받고서도 성급히 경기에 나서려다가 재부상을 당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 하다.


치료와 재활을 한 곳서 해야
그렇다면 바람직한 부상 선수 치료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소위 유명하다는 외국의 스포츠 의학 전문 병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되어있다. 수술 전문 정형외과를 주축으로 재활 체육관이 공존하는 구조이다. 정통적인 방법으로 수술이 이루어지고,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집도의의 주도하에 바로 재활 운동으로 돌입하여, 최단 시간에 최상의 몸을 만들어 낸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병원 시스템은 부상 선수의 치료에 부적합하게 구성되어 있다. 병원은 수술만 담당하고, 이어지는 재활 과정은 환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돌려 왔다. 결국 환자가 여기 저기 수술 팀, 재활 팀을 따로 찾아다니다가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여 운동 복귀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주치의는 치료 전 과정을 지시, 감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의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나머지, 필요 이상의 과잉보호를 하거나 앞으로 운동 하지 말라는 식의 무책임한 조언을 해왔다. 더구나 의사, 한의사, 약사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의 다원화 의료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환자에 대해서 각기 다른 처방이 내려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평생 스포츠 부상 환자를 치료해 온 전문의의 수술 결정을 간단히 무시해 버리고 원시적인 증상 처방을 따라가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국내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점점 크게 만들어, 많은 선수들이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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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나라의 부상 선수가 외국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부상 환자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수술 전 후 한 달 정도의 기간인데, 다친 순간부터 시작하여 응급 처치, 진단, 수술 준비, 수술, 수술 후 재활 등 일련의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하지만, 외국에 가서 치료받는 경우, 병원 섭외, 출입국 준비 등에 귀중한 시간이 무의미하게 지나가 버리게 된다. 귀국 후에는 국내 병원을 섭외하여 수술 후 진찰과 마무리 재활을 진행하려 하지만, 같은 집도의라도 자신이 수술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책임 있게 치료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의사소통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 큰 장애가 된다. 수술 후에는 집도의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긴밀한 상의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귀국 후에는 외국 집도의와의 직접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심지어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발견 시기를 놓쳐 치료를 망치기도 한다. 치료 외적인 면에서도 선수들의 입장에서 국내 의료진과 같은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교통비, 체제비 등을 고려했을 때 무려 10배가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스포츠 의학전문병원 필요

이런 이유에서 부상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인원 구성 단계부터 특화된 ‘스포츠 의학 전문 병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수술 전문 정형외과를 주축으로 재활 체육관이 공존하는 구조에서 수술/재활이 동시에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구단은 구단대로 병원에서 초기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부상 선수를 따로 배려하여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재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체육관 시설에 약간의 장비 및 인원을 추가하면 되므로 크게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부상 선수들에 대한 시각도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아직도 부상을 잘 치료해서 오래 뛰겠다는 생각 보다는, 성적을 위해서는 몸이 망가지더라도 일단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몸이 생명인 운동 선수가 더 나은 치료가 가능하다면 외국이 아니라 달나라까지라도 못 찾아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치료에 문제가 생긴다면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 전문 병원과 구단의 공조 하에 수술/조기 재활이 맞물려 돌아가는 ‘스포츠 의학 서비스 시스템’만 갖춘다면, 국내에서 훨씬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나라 부상 선수들이 떠돌이처럼 외국을 전전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글/ 은 승 표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메디슨 센터 원장)

 

메디컬투데이 최치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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