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분 동일제형이면 끝?…성분명 처방이 건너뛴 ‘책임 주체’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9 08: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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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작용 발생 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DB)

 

[mdtoday=김미경 기자]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작용 발생 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 별개로, 약 선택 권한이 이동하는 구조에서 책임 귀속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합법적인 대체조제와 그 책임 주체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는 처방 의약품과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1일 내에 처방 의사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 대체조제로 간주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제도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과 다른 약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 사실을 알리고 책임을 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 구조를 기준으로 보면 약 선택 권한과 책임은 하나의 묶음으로 작동한다. 의사가 특정 의약품을 지정해 처방했다면 처방에 따른 책임은 의사에게 귀속되고, 약사가 의사의 처방과 다른 의약품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약사에게 돌아간다. 

 

대체조제의 합법 여부를 가르는 통보 의무와 불법 대체조제에 대한 처벌은 이러한 책임 구조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성분명 처방이 이와 다른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제품명이 아닌 성분만을 처방하고, 실제 환자에게 투여될 의약품은 약사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약 선택 권한이 약사에게 넘어가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성분명 처방을 전제로 한 법안 논의에서는 약 선택에 따른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질의했으나, 구체적인 책임 귀속이나 제도적 보완 방안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동일성분 동일제형 대체조제”를 언급했지만, 이는 제도의 안전성을 전제하는 설명일 뿐, 책임 소재나 분쟁 발생 시 처리 기준 등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책임 문제에 대한 질문은 논의 테이블 밖에 남겨진 셈이다.

동일성분 동일제형이라는 전제가 약화사고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는 장치인지도 쟁점이다. 

 

국내에서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대비 약물 농도가 80~125% 범위에 들어오면 ‘동등한 효능’으로 인정된다. 이는 집단 평균을 기준으로 설정된 범위로, 개별 환자에게서는 약물 흡수 속도나 체내 농도 차이에 따라 과량 투여와 유사한 임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동일성분 동일제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는 약 선택 주체와 책임 주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다시 문제로 돌아온다. 

 

의사가 이 같은 차이를 알고도 특정 의약품을 지정해 처방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방 책임을 의사가 지는 것이 현재 제도의 논리다. 

 

반면 성분명 처방 하에서는 약사가 의약품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택으로 약화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법안 논의에서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 여부를 넘어선다. 약 선택 권한이 이동하는 제도를 설계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 구조까지 함께 설계했는지가 쟁점이다. 

 

제도 변화는 행정 절차로 마무리되지만, 그 여파는 의료 현장에서 개별 판단의 문제로 나타난다. 책임에 대한 기준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적용될 경우, 그 판단의 결과는 제도 밖에서 먼저 드러날 수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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