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거는 기대와 제언

석유선 / 기사승인 : 2006-09-20 14: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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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 이효철 기획이사

학부에서 화학과 졸업 후 다시 한의학과를 나온 한의사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보려 한다.

최근 들어 4+4년제의 전문대학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필자는 미리 4+6년으로 체험을 한 덕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 보다 실증적인 입장을 가지고 접근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필자는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한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전공을 바꿔 공부하면서부터 적지 않은 혼란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한의학은 분명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무엇과 다르다는 말일까? 물론 서양의학 또는 현대의학 (이름이야 어쨌거나) 즉,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권 주류의학과 다르다는 말이다.

과연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가장 먼저 이론적 기초 또는 현상서술방법이라는 면에서 서양의학과 판이하게 다르다. 서양의학은 기계론적 유물론에, 한의학은 관념론적 생기론(生氣論)에 치우친 면이 많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자연과학에 익숙했던 필자가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한의학을 공부하려는 대학생들 즉, 한의학 입문자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체계 내용 및 서술방법이 서양 것을 거의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비롯되는 일이다.

다음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다르다는 기준은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한의학에 대해 가지는 인식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이 현재는 제도권 의학에 속해 있지만, 한의학적 치료를 비제도권과 같이 취급해 버리는 경향이 국민들 사이에는 비일비재하다.

또 일반인들은 한의학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한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 및 철학 등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고 거기에 실제 임상경험이 더해져 이루어진 학문인 것처럼, 한의학도 전통적인 방법에만 의지하는 것으로 한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의학은 그 존재 목적을 인류의 건강 증진에 두고 있으므로, 가능한 모든 학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과연 현재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해석해야 할까?

서양의학이 현대 과학의 도움,

그리고 매스미디어를 통한 보건지식의 효과적 홍보 등을 통해 인류의 건강에 크나큰 기여를 해온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기계론적 세계관이 복잡한 세상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 없듯이 서양의학도 오류를 범하기에 완벽한 의학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소위 ‘대체요법’들이 유행을 따라 명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체요법들은 대부분 단순한 임상경험을 집합해 도출된 것들로, 장기적으로 의학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든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한의학은 제도권에 속해 있고 나름의 이론과 체계 및 축적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어, 주류의학과의 파트너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문제는 한의학이 어떤 파트너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의학적 이론과 방법론을 무시하고, 현대자연과학의 잣대로만 재해석해 일원화한다는 것은 한의학의 장점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체계 없이 존재해온 여타 대체요법들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한의학의 독자성을 인정해주고 전통적인 방법만이 아닌 다른 학문들과의 교류를 통한 연구, 개발을 추진하도록 정부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 도와야 한다.

그것을 통해 정체를 깬 발전을 이룰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양의학과 점진적 통합을 이뤄 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현재 한의학과는 사립에만 개설돼 있어 연구 개발 등에 제한이 많은 상황이다.

제도권 의학이면서도 국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다, 사립재단 및 병원이라는 수익구조상의 특성들 때문에 연구개발의 제약도 더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모두 다녀본 경험상으로도 이런 점들을 많이 느껴왔다.

따라서 정부의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발표를 적극 환영하는 바다.

물론 교통 및 인구를 비롯한 주변 환경, 인접학문과의 연계성, 교수진 등에 있어 충분한 여건조성이 돼야 하며, 학생들이 졸업 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초•중등 교육에서 전통학문 및 그 용어들에 대한 소개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한자교육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교육관계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검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디컬투데이 석유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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