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환자를 바라보는 눈

윤주애 / 기사승인 : 2007-07-20 17: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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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외과 허윤석 교수
"비만환자, 주변사람의 오해와 편견 속에서 고통"

요즘 주변을 보면 비만만큼이나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주제도 드문 것 같다. 비만과 관련된 대화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제각각 경험과 의견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비만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실제로는 고도비만(이하, ‘비만’으로 표기)에 대한 개인적인 또는 집단적인 오해와 편견으로 생겨난 시각과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얼마나 자제력이 없으면 …’ 또는 ‘생각이 없으면 저렇게 될까’, ‘마음만 먹으면 되는데 왜 저러고 있나?’ 등등 주로 한 사람의 자제력 문제에서 시작해서 가치관, 주관, 심지어 지능의 문제, 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정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을 뿐 더러 스스로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경우를 보자.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식사습관, 생활습관이 중요한 원인이고 그런 습관들은 단지 입맛을 바꾸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습관을 고치면 병이 나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잘 못해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니며, 관리소홀로 생긴 합병증으로 고통과 불구를 겪고, 심지어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서 누구나 이들을 질환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런 질환과 비만을 비교해보자.

비만한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중요한 질환으로 생각하는 당뇨, 고혈압과 생기는 원인이 거의 같고, 함께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도 거의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별개의 질환으로 치부된다.

어쩌면 외모 지상주의, 비만은 개인적 책임 등등으로 생겨난 오해가 만들어낸 것 일수도 있으리라.

비만의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뚱뚱한 것을 없애는데 ‘치료’라는 말을 써야 하는가에서 부터 도 문제(화제)거리다.

이에 대해선 사회적 관심과 공통된 의견 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는 결론이 난 사항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등에선 이미 중대 질환으로 지정되어 사회보장보험(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라고 국가가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적, 집단적 오해와 편견에 더해서, 국가마저도 비만 환자를 외면한다.

비만으로 진단을 받고 나면, 이를 위한 어떠한 치료행위도 질환치료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형수술과 같은 개인적인 안위를 위한 행위로 취급되어 건강보험의 지급을 거부당하고 있다.

더불어 치료법으로서의 수술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국내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약 5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수술을 하려고 생각하는 경우 주변사람의 오해와 편견으로 생기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수술까지 해야 하는가?’ ‘얼마나 심각하면?’ ‘정신병이 있는 거 아닌가?’ ‘그럴 결심을 할 정도면 차라리 운동과 다이어트를 그 결심만큼 해라’… 등등. 사회적 편견이나 시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뛰어 넘으며 수술을 하는 외과의로서 보기엔 수술을 해야 하는 정도의 비만을 자신이 겪어보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당뇨, 고혈압이 있는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만으로 해서 사망하는 경우를 보면서 우리의 무지와 편견이 그를 죽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점심시간 우스갯소리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달고 짠 음식을 너무나 좋아해서 먹다가 죽었다며 비웃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비만이 미국 등 비만 왕국과 거의 같은 요즘, 늦었지만,지상 파 방송에서 앞다투어 비만프로그램을 방송하여 어느 정도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 내고 있다.

MBC 닥터스와 SBS 김승현&정은아의 좋은아침 등에서 다룬 사례가 좋은 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인을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일 경우가 많다.

“고도비만환자”는 살을 빼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고 폭식을 줄이기 위한 정신과 치료(우울증 등)까지 필요할 뿐 아니라 현 상태로는 5~10년을 더 살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 몇 발짝만 걸어도 숨이 차고 어지러워 혼자서는 외출도 힘들다. 또 막상 외출을 해도 사람들의 시선, 수군거림 때문에 상처를 받기 일쑤.

그러다 보니 집에만 갇혀 생활하여 하루 하루가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다. 또 거대한 몸 때문에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잠을 청한다.

몸과 생활은 이미 망가지고 당뇨와 고혈압, 위장장애, 호흡곤란 등의 합병증에 시달리면서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고, 경제활동을 못하니 돈도 없어 제대로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한 채 자포자기하고 살아왔다.

말 그대로 경제에서 표현하듯 “빈곤의 악순환” “비만의 악순환에 의한 고도비만 구축”으로 헤어날 방법도 없이 어느 순간에 생을 마감한다.

비만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수술에 대한 표현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다.

수술 방법 중에 '위공장우회술' 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위와 식도의 연결 부에서 자르고 식도 바로 아래서 소장을 연결해서 음식이 식도에서 곧바로 소장으로 내려가게 만드는 것이다.

이 표현 중 ‘자르고’ 라는 말을 듣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라내고’ 로 바꾸어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뚱뚱하다고 위를 잘라낸다고?’ 라는 말이 생겨나고 그 말이 오해를 또 낳는다. 그래서 그 표현을 바꿔서 ‘자르고’ 라는 말 대신에 ‘막고’ 라고 말을 사용해서 ‘음식이 위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식도 바로 아래서 소장으로 연결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음식이 위를 통과하지 않을 뿐이지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 많은 치료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환자에서 입증된 효과적인 치료법은 현재까지는 수술뿐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것이다.

수술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현재는 어느 것이 효과적인 수술법인지도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비만 치료라는 혼돈의 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이제는 제대로 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술을 배우는 문이 좁기는 하다. 대학병원서 10여 년 근무한 외과의인 본인도 수많은 위암수술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만수술을 제대로 배우기까지 많은 난관을 통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의사들이, 수는 적지만, 이제는 생겨나고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자신 있게 비만치료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수근덕거림을 뒤로하고 숨차서 진료실을 들어온 환자가 죄지은 듯한 어두운 얼굴로 의사와 상담하고, 마치 자살하는 기분으로 수술을 결정한다.

수술하고 얼마 후엔 뛰듯이 들어와, 숨차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주변에 일어난 평범하지만 자신에겐 놀라운 일을 기뻐서 떠든다는 것을 볼 때 외과의로서 보람을 느낀다.

이런 기쁨은 의사나 환자만의 것이 아니다. 가족, 친지 그리고 그들이 활동하는 사회도 기뻐할 일이다.

올바른 수술을 하고 나서 다시 태어난 듯,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선구자적인 (과거의) 비만환자들이 있는 지금, 언제까지 수많은 비만환자들이 개인적, 집단적 그리고 국가적인 오해와 편견 속에 사회의 한 구석에 내몰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처량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어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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