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 위해 약 먹지만 놓치지 말 것"

정희수 / 기사승인 : 2010-05-17 17: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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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조현상 교수



성욕·수면욕구는 변연계라는 특정 뇌영역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는 대표적인 생물학적 본능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성욕을 억제하거나 조절함으로서 현 사회를 다스려 왔다.

또 전기 발견을 통한 인공 빛의 도입으로 수면시기의 조절이 가능해 짐으로서 우리 인간 사회의 활동패턴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이로 인해 물론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이는 우리의 현 생활을 구성하는 필요 불가결한 변화였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 두 가지에 버금가는 본능이 바로 식욕이다. 특히 식습관과 행동패턴 변화에 따른 비만 인구의 증가와 미의 기준으로서 외모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인해 ‘마르고 싶다’는 또 다른 욕망이 광풍처럼 불고 있다.

이러한 본능들은 서로 얽혀 있고 동일한 뇌내 물질들에 의해 공동으로 조절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욕에 대한 인위적인 억제는 원치 않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즉 감정이나 생각을 다치지 않고 식욕만 억제하는 신묘한 약이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마르고 싶거나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지방흡수 억제제나 지방분해 자극제, 식욕억제제 등이 사용된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다. 일반적으로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생체아민계 즉,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 세로토닌 전달계를 인공적으로 항진시킨다.

일부 약제는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유리를 비정상적으로 촉진시키거나 재흡수를 차단시키다. 이는 필로폰과 같은 강력한 마약제와 매우 유사한 기전이다.

조울병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최근 흥미로운 사례들을 발견했다. 몇몇 초발 조울병 환자들이 조증 발병 전에 체중감량을 위해 식욕억제제를 투여받거나 식욕억제제로 의심되는 한약 또는 중국 수입약을 먹은 경우가 간혹 발견됐다.

특히 한 미혼여성은 식욕억제제를 복용후 수일 만에 식욕부진과 함께 가슴두근거림, 불안, 예민성 증가, 수면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집안내 큰 스트레스를 받은 후 수 주 만에 기분들뜸, 과잉활동, 종교에 대한 과다행동 및 종교망상 등으로 결국 입원하게 됐다.

비록 100%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겠지만 조울병 발병 취약성에 상당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보았다.

또 다른 경우 최근 2번의 입원 직전에 모두 단식원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식욕억제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의 한 정신의학전문잡지는 phendimetrazine이라는 노르에프네프린계 식욕억제제 투여로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망상, 환청 등의 정신증상이 유발된 두 명의 사례가 보고됐다(이종민 등, 대한정신약물학회지 2010년 21권 2호).

본 저자가 겪은 사례나 잡지에 보고된 사례들은 비록 적절한 치료로 호전은 됐으나 본인들의 심리적 후유증이나 향후에 정신과적 경과가 어떻게 될런지는 미지수이다.

수 년전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장기 투여한 뒤에 신경인지기능(주의력, 기억력 등) 저하와 같은 후유증이 생기는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장기적인 후유증이 생길런지는 미지수다.

현 문화 흐름으로서 체중감소에 대한 욕구를 강제로 억누르기는 어렵다고 볼 때 식욕억제제 사용을 당장 감소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 식욕억제제를 투여하기 전에 정신과적 질환, 특히 우울증이나 조울병, 정신병, 불안신경증 등에 대한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식욕억제제 투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조현상 교수

 

메디컬투데이 정희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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