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신 자녀에게 시술동의서 받은 의사…法 "설명의무 위반"

김동주 / 기사승인 : 2021-04-30 1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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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음에도 환자 대신 자녀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시술을 진행한 의료진은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은 사망한 A씨의 유족인 자녀 2명이 B의료재단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위자료 2000만원을 A씨의 자녀 2명에게 지급하라고 B의료재단과 C씨에게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20일 B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한 병원을 찾아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흉부 X선 촬영 후 심전도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 결과,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진단했다.

이후 A씨는 관상 동맥이 협착됐는지를 보기 위해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 뒤 동맥을 촬영하는 ‘관상동맥 조영술’과 풍선을 넣어 심장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당시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의식도 뚜렷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였으나 40분 뒤 맥박이 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끝내 숨졌다. 이는 A씨가 혼자 병원에 찾아간 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A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술 중에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막에 혈액이 고이는 '혈심낭'과 심장이 압박돼 혈압이 떨어지는 '심낭압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부위는 시술 과정에서 혈관을 통해 접근하긴 어렵기 때문에 시술 중에 물리적 손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작다"며 "부검으로는 그 원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1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환자가 당시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나이도 많아 의료진이 신중하게 시술을 결정했어야 했다"며 “환자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판단 능력도 있었는데 자녀로부터 시술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진료나 시술 중에 의료진의 과실은 없지만 시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

재판부는 “의사 C씨는 의식이 명료한 환자가 아닌 그의 자녀로부터 시술 동의서를 받았고, 그 이유를 서류에 적지 않았다”며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 능력이 있으면 친족의 승낙으로 환자의 승낙을 대체할 수 없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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