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반복되는 의료진 책임 논쟁, 해법은 어디에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0 07: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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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극소 미숙아 치료 과정에서 수술 시점 판단을 문제 삼아 의료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진의 판단과 법적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사진=DB)

 

[mdtoday = 김미경 기자] 초극소 미숙아 치료 과정에서 수술 시점 판단을 문제 삼아 의료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진의 판단과 법적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 한편에서는 유사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문제 제기를 넘어 해법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재태연령 26주 3일, 체중 900g으로 태어난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치료 과정에서 수술이 지연됐다며 병원 측에 약 3억25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치료 시점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사후적으로 ‘더 빠른 조치가 가능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된 셈이다.

결국 환자를 수용해 치료를 진행했음에도 치료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판단이 사후적으로 문제 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의료진에게 귀속된 사례로, 의료계에서는 환자를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더라도 사후 평가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고, 반대로 수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가 의료진의 적극적인 판단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는 신생아 진료에 국한되지 않고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 구조에서는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뿐 아니라 형사 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고, 동시에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행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책임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의료진의 판단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김찬규 대변인은 “앞으로 전문가들은 기계적 중립만 내세울 수밖에 없고, 진료에 있어서 주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소신진료라는 단어는 희미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필수의료와 기피의료가 같은 말이 되어버린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관련 학회에서는 이러한 책임 구조가 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고위험 환자를 다루는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치료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는 만큼, 사후 결과를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하는 방식이 의료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환자를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은 문제 인식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논쟁만 되풀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이제는 환자를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라는 식의 의료계 내의 우려와 논란은 소모적이고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응급의료를 둘러싼 논쟁은 유사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두고도 의료진 책임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이어졌고, 지역 환자 미수용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구조적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사고 분쟁 조정과 책임 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역시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환자기본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의료진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환자단체의 “환자 인권 침해” 비판과 의료계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법안”, “형사 면책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은 최악의 개악”이라는 평가 속에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이에 이경원 공보이사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도입한 뒤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논쟁만 반복하다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의료 문제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이며, 정부 내 여러 부처와 지자체, 환자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사안”이라며 “각 주체가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해결은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결국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라는 구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책임 구조와 제도 보완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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