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ㆍ투렛 등 신경질환이 정신장애?…낙인찍는 장애정도 분류 논란

김민준 / 기사승인 : 2021-09-14 07: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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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기면증 등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기 위함 아냐"
▲복지부가 4월 발표한 장애 인정기준 개정안이 기면증ㆍ투렛 등 신경계질환자를 정신질환자로 낙인찍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DB)

정부가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수급권을 보다 폭 넓게 보장하기 위해 장애의 인정기준을 확대한 가운데 정작 기면증ㆍ투렛 환자 등을 정신질환자로 낙인을 찍고 있다는 비판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3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장애정도판정기준’, ‘장애정도심사규정’ 고시 개정안을 공포했다.

해당 개정안들은 지속적으로 장애 인정 필요성이 제기된 질환에 대한 장애 인정 기준 신설 및 예외적 장애 정도 심사절차 제도화 등 장애 정도 심사제도를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그러나 투렛·기면증 관련 학회와 환우회 등은 투렛ㆍ기면증 환자 등 신경계 질환자들을 정신질환자로 사회적 낙인을 찍는 ‘엉터리 개정안’이라며,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한 한국기면병환우협회 대표는 “신경계 질환인 기면증을 정신장애 인정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기면증 환자들에게 ‘정신질환자’ 사회적 낙인을 찍는 심각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국제질병ㆍ사인분류체계에 따라 개정된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에 ‘신경계통의 질환 – 수면장애’로 분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뚜렛병협회도 장애 분류 근거 자체가 모호한 점을 지적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 중인 투렛 장애 등을 ‘신경계통질환’로 변경한 국제질병분류(ICD)의 제11차 개정안(ICD-11)처럼 우리나라의 분류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복지부의 ‘기면증 환자 중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돼 정신과적 치료에 불용성인 정신병적 증상을 갖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신장애를 인정하자’는 취지 자체가 잘못됐음을 꼬집었다.

학회는 “기면증에 의한 과도한 졸림과 탈력 발작으로 일상생활 등에 제약을 받는 것은 정신병적 증상이 아니며, 만약 기면증 환자에서 정신병적 증상(우울, 불안, 공포)이 있다면 이것은 기면증과 독립적으로 동반하는 것이지 기면증과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 판정절차를 보면 ‘기면증 진단 시 정신장애 판정을 할 수 있다’고 기술해 기면증진단 자체가 정신장애로 간주될 수 있으며, 장애정도 기준도 정신병적 증상에 특이적인 척도가 아닌 일반적인 일상생활 활동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척도로서 평가자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학회는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돼 치료 중인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정신병적 증상에 의한 장애를 인정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정신과 질환을 진단하고, 기존의 정신장애 기준을 적용해 장애 판정을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환우회와 학회는 개정안이 전문가인 대한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를 통한 연구용역 등이 진행되지 않았고, 환우회와 학회의 의견도 묵살된 행정주의적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한 기면병 환우회 대표는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가 위탁연구용역을 준 장애인개발원 관계자들과 만났던 당시에도 기면증 등 신경계 질환이 정신질환에 포함한 분류체계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전했으나, 현재 개정안을 보면 3년 전과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의 제기 기간에 대한신경과학회, 한국수면학회 등과 함께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견서와 관련 자료들을 보냈으나, 학회와 환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개정이 강행됐다”면서 “정부가 학회와 환자의 입장과 상관 없이 법안을 만들어 놓고,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환우회와 학회는 장애 인정 기준과 재판정 요건 등에 대해서도 질환별 특성에 맞지 않아 개정 취지와 달리 환자들은 장애 인정을 받기 더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면증과 투렛 등은 2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의 기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장애가 고착됐을 때 장애로 진단하며, 최초 판정일로부터 2년 이후의 일정한 시기를 정해 재판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한 기면병 환우회 대표는 "산정 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 5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했던 것이 2년마다 1번씩 받는 것으로 단축됨은 물론, 산정 특례와 별개 사안으로 취급돼 검사를 1년에 검사를 2번씩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뚜렛병협회도 “투렛 장애는 대개 7살 이후 발병해 10대 중후반 시기에 악화되는 질환”이라며 “많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만 20세 이상부터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는 규정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규탄했다.

개정안이 오히려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지양토록 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소아정신의학과 전문의 A씨는 “수술을 통해 투렛 등의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음에도 환자들이 장애로 인정받기 위해 전기치료 등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개정안이 장애 인정을 미끼로 수술 등을 거부토록 유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의료보험 기준이 최소 5년 이상 35점 이상이어야만 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장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한 예외규정 마련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괄적인 장애 판정 기준으로 인해 투렛과 기면증 등 기준과 맞지 않는 질환은 사실상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소아정신의학과 전문의 A씨는 “장애로 인정받으려면 생활기능장애 6가지 중 3개 이상을 만족해야 하나, 정작 평가기준 3개 이상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평가하는 기준들로 구성돼 취지와 달리 투렛·기면증 등의 질환 특성과 맞지 않아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도한 뜻과 다르게 해석되면서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취지와 내용 등은 기면증과 투렛 등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닌 기면증 등 신경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등의 경우 앓고 있는 질환과는 별개로 정신질환을 판단해 정도에 따라 정신질환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게끔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기면증 등의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개정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의학자문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신경과학회 등의 학회 의견과 환자 의견을도 수렴해 개정안 관련 답변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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