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서비스법률안, ‘심리학’ 전공 제한…반쪽짜리 입법안 논란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5-04 22: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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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 폐기 요청 靑 국민청원, 하루 만에 동의 수 1만명 넘어 최근 공개된 심리서비스법률안 가운데 심리학을 전공한 면허 소지자에 한해 ‘심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조항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심리서비스 법률안의 폐기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현재 해당 청원글은 1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인은 “심리서비스 법률 1안의 주요 내용은 심리사를 자격이 아니라 면허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상담사를 국가가 인정하는 면허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좋은 발상이지만 그 자격 조건을 오직 ‘심리학과’ 졸업자로 한정시킨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이미 대표적인 두 상담학회에서 2급과 1급을 얻기 위해서는 학위와 경력, 수련 및 일정기간의 상담시간, 슈퍼바이저의 관리 등 굉장히 많은 기준을 충족시켜야한다.

청원인은 “자격을 갖추지 않고 상담가를 사칭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면허제도로 관리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며 “하지만 많은 상담사들이 양대 학회에서 정한 많은 요구들을 군말 없이 수용하고 묵묵히 수련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신 학과를 오직 심리학과로 제한하는 것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밀실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만든 공정하지 않은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현재 진행 중인 심리서비스 법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등을 통해 현업에 종사 중인 상담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현실에 맞는 공정한 법안을 새로 만들 것”을 청원했다.

앞서 한국심리학회는 산하 15개 분과를 대표해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심리서비스 분야 법제화 논의를 시작할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를 수행했다.

한국심리학회는 연구결과 선진국 수준의 심리사 기준과 동등한 수준으로 심리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 교육수준, 수련, 인증 등의 내용으로 법률 1안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국심리학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입법안에 담긴 “내담자를 응대하는 ‘심리사’는 심리학을 전공한 면허 소지자여야 한다”라는 대목이다.

현재 각 분야 상담사들은 각 분야 전공 이수와 일정 수련 과정을 거쳐 상담 자격을 갖춘 후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상담학회는 지난 28일 심리서비스법 입법 반대 공동성명서를 통해 “특정 학과 이기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심리서비스법을 반대한다”며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상담사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상담학회는 성명서에서 “현재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전문상담사, 상담심리사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학부에서 상담심리학, 심리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원에서 심리상담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상담수련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심리서비스법률안에 따르면 심리학 전공자만이 ‘심리사’ 자격으로 심리서비스를 하고 센터를 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학과의 폐쇄적이고 이기적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현대 학문의 개방, 융합, 확장의 특성을 도외시하고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오도하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상담학회는 복지부를 향해 “심리상담 분야 전문가를 대표하는 유관 학회들간의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심리상담사 입법을 즉각 추진하라”고 촉구하며 한국심리학회를 향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심리서비스법을 폐지하고 심리상담 관련 전문가들을 포용하는 법률안 마련에 동참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상담학회 김희수 회장은 “심리상담 분야 자격관리를 법제화하자는 기본취지에는 찬성한다”며 “다만 이미 상담을 가르치고 있는 여러 학과를 제외하고 심리상담 자격에 대해서 법안을 만든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마련된 기초법안을 많은 부분에서 수정하고 함께 논의할 협의체의 필요성 에 대해선 대부분 유관학회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에도 계속 공문을 보내 해당법안의 수정 요청 및 향후 협의를 통해 입법을 함께하자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번 법안도 상담과 관련된 많은 학회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선행했다면 이런 논란이 없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협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에 따르면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는 지난해 연구를 진행해 심리상담사법 기초 입법 연구를 끝냈고 5월 중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상담분야 자격 법제화와 관련해 상담사법과 심리사법의 입법 과정이 함께 진행돼야한다고 제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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