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혜택 받으려면 1년 약 끊어야”…이해 못할 건선 산정특례 재등록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5-26 19: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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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협회 김성기 대표, 중증 건선 산정특례 기준 개선 촉구
건선환자 96% “산정특례 기준 완화 필요해”
내년 6월이면 2017년부터 적용된 중증보통건선 산정특례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나 첫 재등록 시기를 맞는다.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를 이어온 건선 환자 가운데 산정특례 재등록을 원하는 환자는 당장 오는 6월, 약을 끊어야한다.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대표는 “가혹한 신규 등록과 재등록 기준으로 인해 중증 건선 환자들은 치료제를 두고도 치료 엄두를 못내거나 산정특례 적용을 받더라도 치료 중단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며 중증 건선 산정특례 기준의 개선을 촉구했다.

건선은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경계가 분명한 은백색의 인설(하얀 부스러기)로 덮여 있는 홍반성 피부 병변이 특징이며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건선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20%인 약 3만명의 환자가 중증 건선을 겪고 있다.

중증 건선 환자들은 단순한 피부질환을 넘어서 학교 및 직장 등 일상생활에 대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인기피, 사회적 편견, 우울 및 불안장애, 자살률 증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생물학적 제제들의 장기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으나 이들 신약은 고가이기에 환자들의 부담이 컸고 이에 지난 2017년 ‘중증 보통 건선’이라는 질병코드를 새로 마련하고 치료비 부담을 10%로 줄여주는 산정특례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증건선의 경우 다른 면역질환들과는 다르게 엄격한 등록 기준과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재등록 기준이 설정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건선협회가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건선 환자의 96%가 산정특례 기준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건선협회 김성기 대표는 “중증 건선을 제외한 자가 면역 질환들은 보험 급여 기준과 산정특례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오히려 산정특례 기준이 좀 더 수월하게 돼 있다”며 ”반대로 중증 건선은 보험 급여보다 까다로운 산정특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증질환에선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산정특례도 받을 수 있지만 건선만 그 기준이 다르다는 것.

건선의 생물학적 제제 보험급여는 ▲메토트렉세이트나 사이클로스포린 등 전신 약물치료 3개월 이상 ‘또는’ ▲광화학치료법(PUVA), 광선치료법(UVB) 등 광선요법 3개월 이상 지속해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적용돼 약물치료나 광선치료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정특례 신규 등록의 경우 약물치료와 광선치료 두 종류의 치료를 모두 받았음에도 체표면적 10%이상, PASI 점수 10점이상의 임상소견을 보이고 있는 환자에 한해 적용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적어도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보험급여 기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 산정특례가 적용되더라도 건선 환자에게는 여전히 5년마다 산정특례를 재등록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건선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은 산정특례기간 중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아온 환자로서 ▲특례 적용기간 만료 직전 1년 이내에 생물학적제제 치료 중단 후 ▲건선 전신 치료(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아시트레틴, UVB, PUVA 치료) 중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도합 3개월(12주) 이상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침범 체표면적 5%, PASI 점수 5점 이상의 임상소견을 보이는 경우다.

여기서 ‘특례 적용기간 만료 직전 1년 이내에 생물학적제제 치료 중단 후’라는 문구가 논점이다. 건선 산정특례제도가 지난 2017년 6월 처음 시행된 것을 감안하면 초기 산정특례 적용 환자들은 2022년 재등록을 위해 오는 6월부터 당장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을 중단해야한다.

김 대표는 “건선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 즉 재발이 불가피한 만성질환이다”라고 강조하며 “산정특례 대상 질환 중 중증건선을 제외한 어느 질환도 치료 중인 효과가 있는 약물을 중단하는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정특례 적용을 받는 중증 환자는 최초 등록 시 기준에 따라 이미 약물치료나 광선치료를 받았음에도 약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으로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시작한 것”이라며 “재등록 기준을 맞추기 위해 효과가 있는 약을 끊고 이미 실패를 경험한 치료로 돌아가는 것은 건선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건선과 유사한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는 크론병, 강직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른 만성염증성 면역 질환들은 오직 임상 진단만으로 재등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증 건선 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타 산정특례 대상 질환들과 동일하게 임상 진단으로 재등록 기준이 변경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환자들의 문제제기에 건보공단은 지난달 23일 첫 전문가회의를 열고 건선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의 ‘치료중단’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관련 학회와 전문가로부터 재등록 기준 등에 대한 의견을 경청한 단계”라며 “환자들의 요구와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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