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빗썸. (사진=연합뉴스) |
[mdtoday = 양정의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둘러싼 대규모 내부통제 실패와 이에 따른 제재 논란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665만 건에 달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한 제재 집행 정지로 인해 현행 규율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빗썸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368억 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 거래 제한 조치 미흡, 자료 보존 의무 위반 등 총 665만 건의 AML 위반 사항에 근거한 조치였다.
그러나 빗썸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제재의 효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후 제재 중심의 감독 체계가 규제 준수 유인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사업자가 소송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무력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은 개별 사업자 리스크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
| ▲ (사진=빗썸) |
지난 2월 발생한 62조 원 규모의 오지급 사고 역시 제도적 공백이 낳은 결과로 평가된다.
당시 사고는 입력 오류에서 비롯되었으나, 이를 차단해야 할 입력값 검증, 다단계 승인, 실시간 잔고 대조 등 핵심 내부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자산 보관 비율 등 일부 요건만을 규정할 뿐, 전산 장부와 실제 자산 간 실시간 일치 확인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빗썸 또한 장부와 실물 자산 대조를 하루 1회 수준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부통제 미비는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거래소의 시스템 문제는 개별 가상자산의 가치와 무관하게 출금 지연이나 자산 접근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 리스크’가 ‘코인 리스크’와는 별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구조 또한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현재 거래소들은 상장, 거래, 자산 보관, 시장 감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체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상충 가능성과 시스템 리스크를 동시에 증대시킨다.
특히 상장 권한이 거래소 내부에 집중되어 심사 기준과 의사결정 과정이 외부 검증 없이 운영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상장을 수익 사업이 아닌 시장 진입 절차로 전환하고, 독립적인 심사 기구를 도입하는 등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거래소 기능 분리와 투자자 보호 강화를 중심으로 제도 정비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소의 자기매매 및 이해상충 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규정 역시 자산 보호와 공시 의무를 중심으로 규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제도는 상대적으로 후행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
| ▲ (사진= 제공) |
감독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개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제한적이며, 신속한 조치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해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시간 이상 거래 탐지 체계 구축, 내부통제 기준 명문화, 임원 제재 권한 강화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건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입법 과정에 달려 있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에서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기능 분리와 감독 체계 개편 논의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실시간 자산 대조 시스템 구축, 매매와 수탁 기능의 분리, 감독당국의 즉시 개입 권한 확보 등 핵심 요소가 마련되지 않는 한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메디컬투데이 양정의 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