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사고’ 국민청원 했더니 돌아온건 고소…8개월째 수사중

이대현 / 기사승인 : 2021-06-16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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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자단체연합회 “보복성 형사고소로 고통받게 한 행위는 비난받을 일” 지난해 의료사고 진상 규명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청원인이 병원으로부터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2일 의료사고 의혹으로 태어난 지 4시간 19분 만에 하늘나라로 떠난 ‘젤리’(태명) 엄마는 지난해 9월 15일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열 달 내 건강했던 저희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의료진은 차트를 조작하며 본인들 과실을 숨기려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딸의 의료사고 관련 7가지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분만실·신생아실·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신속한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젤리 엄마는 청원 종료일인 10월 15일까지 20만8551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11월 13일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으로부터 수술실CCTV 설치 의무화를 포함한 청원 내용에 대해 공식 답변을 받았다.

이어 젤리 엄마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후 인터넷 맘카페,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청원 참여 권유 글을 올렸다. 청원 글에는 신생아 젤리 의료사고 사망 의혹이 제기된 병원 상호나 의료진의 실명을 일절 게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청원 동의가 늘어났다.

그러자 해당 병원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되고 6일째 되는 날 원내 게시판과 공식 홈페이지에 젤리 엄마가 청와대에 제기한 국민청원 대상 병원이 해당 병원이라는 사실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한 신생아 젤리 의료사고 사망 의혹 관련 ‘병원 입장문’을 공지했고 인터넷 맘카페에도 게시했으며 네이버블로그 운영자에게도 발송했다.

젤리 엄마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에서는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2일 해당 병원은 젤리 부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로 부산지방경찰청 사하경찰서에 형사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젤리 부모는 지난해 12월 19일 부산강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았고, 2회에 걸쳐 소명자료를 제출하였다. 부산강서경찰서에서는 해당 병원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형사사건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1팀(의료전담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해당 병원이 젤리 부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최종 처분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부산강서경찰서에서 최종 처분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의료전담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고 했던 ‘신생아 젤리 의료사고 사망 의혹 관련 형사사건’에 대해 의료전담수사팀에서 지난해 12월 23일 해당 병원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젤리 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올해 1월 5일 부산강서경찰서에 직접 찾아가서 알렸다.

젤리 엄마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중에는 ‘딸의 의료사고 관련 7가지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은 “신생아 의료사고 사망사건은 현재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수사팀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공식 답변했다.

강 제2차관이 지난해 11월 13일 공식 답변을 한지 약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23일 의료전담수사팀은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로 송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까지 거친 신생아 젤리 의료사고 사망 의혹 관련 형사사건은 작년 6월 22일 수사가 개시된 이후 약 6개월 만에 검찰에 송치됐다.

의료사고 사망사건에 비해 사안이 경미하고, 수사도 용이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 관련 수사가 의료전담수사팀에 의해 해당 병원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로써 젤리 엄마의 주장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부산강서경찰서에서 8개월째 수사를 종결짓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청원의 내용도 사회적 관심사인 ‘분만실·신생아실·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신속한 의료법 개정 요구’라는 점과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청원 내용에 동의한 점을 고려하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이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게시하더라도 곧바로 공개하지 않고 30일 이내에 본인의 청원을 지지하는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고,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이라도 관리자의 사전 검토를 거쳐 청원게시판에 최종 공개한다. 관리자의 사전 검토를 통해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원은 삭제되거나 일부 내용이 '숨김' 처리된 상태로 공개된다.

젤리 엄마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게시할 때 해당 병원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상호 대신 ‘부산에 있는 M여성병원’으로 표기했다.

해당 병원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변호사의 자문도 받았다. 그리고 청와대의 관리자 사전 검토에서도 별도의 삭제 또는 ‘숨김’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그런데도 해당 병원에서는 ‘부산에 있는 M여성병원’이라는 표기가 해당 병원을 특정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22일 젤리 부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해당 병원이 의료사고로 딸을 잃은 유족인 젤리 부모를 상대로 보복성 형사고소를 제기해 형사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는 고통을 겪게 한 행위는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의 보복성 형사고소는 의료사고를 이유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피해자나 유족의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처사다”라며 “청와대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도록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를 이용하는 청원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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